저번 포스팅에 이어 커피 추출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이번엔 교반 작업과 압력, 물과 커피의 비율, 커피 필터에 대해서 각각 알아보겠다. 추출과정은 오감을 즐겁게 해주는 커피 한 잔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추출 요소들을 한데 모으는 작업이다. 추출의 진정한 묘미는 여러 요소들 중 어느 것도 독립적이지 않다는 데 있다. 하나를 바꾸면 다른 것들도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여러 요소를 고려하여 추출하는 것이 필요하다.
교반 작업
소금물울 만들 때, 물을 저으면 소금이 더 빨리 녹는다. 커피 추출할 때도 마찬가지다. 교반(물리적 또는 화학적 성질이 다른 2종 이상의 물질을 기계적으로 휘저어 섞는 조작)은 무언가를 움직이게 만든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교반이 부자들이 서로 친구가 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용해와 추출은 용질 분자가 용매 분자에 끌리기 때문에 일어난다. 무도회장의 풍경과 연관해서 이해해 보자. 많은 분자들로 구성된 소금 알갱이는 무도회장 입장을 기다리는 한 무리의 남자들이다. 이들은 댄스 파트너, 즉 용매 분자가 자신들을 데려가기 전까지는 무도회장에 들어갈 수 없다. 댄스 파트너가 남자들을 1명씩 데려가면 방은 일정한 속도록 비워질 것이다. 만일 그들이 빠른 속도로 남자를 데려간다면 방은 더 빠를 속도로 비워질 것이다. 온도를 높이는 것도 추출의 속도를 높이지만 손으로 휘젓는 것도 용매의 움직임을 빨리 하여 추출을 촉진시킨다. 커피를 추출할 때 일반적으로는 물이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며 내려가기 때문에 굳이 휘젓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원하는 데로 추출이 안되거나 물 빠짐이 느릴 때 한 번씩 휘저으며 속도를 높일 수 있다.
압력
복도에 한 무리의 아이들이 있다고 상상해보자. 이때 소수의 다른 아이들이 복도를 지나가면, 서로 부딪힐 일이 없어 무리에 큰 변화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많은 아이들이 지나가면 상황은 달라진다. 서로 부딪히는 경우가 많아지고 이들 중 일부는 밀려 나가기도 할 것이다. 이 상황에서 복도에 원래 있던 아이들은 용질이고, 복도를 지나가는 아이들은 용매다. 첫 번째 예에서는 용매가 압력을 받지 않았고, 두 번째에서는 압력을 받았다. 고압에서는 용매의 힘이 매우 커서 용질을 더 빠르게 추출하고, 자리에서 벗어날 일이 없는 용질을 잡아채 갈 수 있다. 에스프레소는 고압을 이용한 추출 방식으로 만든다. 커피 가루를 통과하는 물에 가해진 압력은 해수면에서의 기압의 9배이다. 또 물은 커피에서 많은 기체를 가져온다. 커피 가루를 통과한 물이 떨어지면서 기체도 방출된다. 다만 탄산음료에서는 기체가 공기 중으로 날아가는 반면 커피에서는 커피의 지방 성분이 가스를 붙잡아 거품을 만드는데 우리는 이런 거품을 크레마라고 부른다.
물과 커피의 비율
강하고 짙은 맛이 나는 커피를 만드는 비밀은 더 진하게 볶는 것이 아니다. 커피를 더 많이 추가하면 되는 것이다. 어쩌면 추출 요소 중에서 이해하기 가장 쉬운 부분이 비율 즉, 커피 음료를 만들기 위해 사용된 물과 커피의 비율이다. 추출할 수 있는 모체가 더 많으면 용매는 더 많은 양의 용질을 추출한다. 물의 양은 적고 커피의 양이 많으면, 즉 비율이 더 낮으면 커피는 진해진다. 반면 물의 양은 많고 커피의 양이 적으면, 즉 비율이 더 높으면 더 연한 커피가 만들어진다. 록하트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장 선호하는 물과 커피의 비율은 약 18:1이다. 일반적으로 추출 비율을 낮출수록 커피는 탄 맛, 스모키한 맛과 과일 맛, 감귤 맛, 신맛, 짠맛 똑 쏘는 맛이 더 많이 난다. 그리고 보디감도 증가한다. 즉 대부분의 맛이 더욱 강렬해진다.
커피 필터
커피를 내릴 때는 필터를 이용해 커피 가루를 걸러내는 것이 상식이다. 필터는 여러 재료로 만들 수 있다. 금속이나 종이, 나일론, 면으로도 가능하다. 필터의 종류가 추출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커피의 맛에는 영향을 줄 수 있다. 필터의 종류는 크게 금속과 비금속으로 나뉜다. 금속필터로 추출한 커피에는 언제나 고운 커피입자가 들어있다. 필터에 난 구멍으로 걸러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현상이다. 금속 필터를 사용하면 비금속 필터보다 더 많은 지방이 커피로 전달된다. 그래서 더 보디감이 강하고 향미에서도 차이가 난다. 금속필터로 추출한 커피는 금속맛이 나지 않는데 이것은 주로 불활성 금속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비금속 필터의 경우 종이든 직물이든 상관없이 커피입자와 지방 등 모든 입자들을 더 잘 걸러낸다. 이런 필터로 추출된 커피는 보디감이 가볍고, 몇몇 혼란을 주는 분자들을 걸러내어 톡 쏘거나 향미가 분명해진다. 일부 비금속 필터의 단점은 필터 자체가 추출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종이맛이 커피에서 느껴질 수도 있다. 이러한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커피를 내리기 전 먼저 필터를 린싱(뜨거운 물로 헹굼)하는 작업을 거친 후 커피를 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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