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두를 직접 골라 그 자리에서 분쇄하고 커피를 추출하는 드립커피는 매력 있는 음료다. 그만큼 인기도 많아 많은 사람이 즐긴다. 그러나 여러 요소로 인해 그때그때 맛이 달라지기 때문에 까다롭기도 하다. 커피 추출은 화학실험과 같이 접근해야 한다. 어떤 요소가 어떻게 커피 맛에 영향을 미치는지 안다면 더 맛있는 커피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여러 요소 중 물과 온도, 분쇄도에 대해서 알아보겠다.
물의 질
커피 가루는 매우 복잡하며, 추출하려고 하는 분자들의 형태와 크기, 전하의 밀도가 모두 다르다. 물, 특히 뜨거운 물은 모든 종류의 분자에 이들을 용해시키기 위해 달라붙어 있는 능력이 있기 때문에 최고의 용매라고 할 수 있다. 부유물이나 불순물 없이 완전히 정제된 순수는 이온이나 금속화합물 같은 불순물이 함유된 물과는 다른 식으로 커피의 고형물을 추출한다. 이는 불순물이 농도 기울기에 영향을 주거나 물의 전기전도성을 바꾸어놓기 때문이다. 즉 물이라고 전부 똑같은 물이 아니다. 맛이 좋은 물로 커피를 만들면 커피의 맛도 좋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안타깝게도 항상 그렇지는 않다. 물이 문제라고 생각한다면, 정수를 구입하거나 물에서 불순물을 걸러내는 필터장치를 갖추면 된다. 미국 스페셜티 커피협회는 중탄산염 1에 이중 전하 양이온 1 내지 2의 비율의 물을 사용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물의 온도
우리에게 익숙한 형태의 에너지는 열이다. 물체는 뜨거울수록 더 많은 에너지를 갖고, 분자는 더 많이 떨리거나 움직인다. 열은 에너지를 많이 가진 쪽에서 덜 가진 쪽으로 이동하는 성질이 있다. 이 원리를 커피 추출에 적용시킬 수 있다. 첫째로 커피를 추출할 때 사용하는 물의 열은 추출에 큰 영향을 준다. 더 많은 에너지와 더 활발하게 움직이는 분자를 지닌 뜨거운 물은 차가운 물보다 더 많은 커피의 고형물을 더 빨리 녹일 수 있다. 에너지가 커피 고형물의 움직임을 쉽게 해 주면서, 물속으로 더 잘 스며들게 해주는 것이다. 뜨거운 물은 차가운 물보다 더 많은 분자를 녹인다. 시럽을 만들 때 물을 끓이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둘째로 물에서 나온 열이 커피 가루와 필터, 용기, 주변의 공기로 옮겨가면서 추출에 사용한 물의 온도가 내려가면 최종적으로 커피는 차가워진다. 커피 추출에 사용되는 물의 온도는 매우 중요하다. 온도가 낮으면 커피의 맛이 연하고, 밋밋하며, 보디감과 점도가 낮고, 향미의 강도가 약하다. 온도가 높아지면 쓴맛과 신맛, 떫은맛, 볶은 맛, 보디감이 증가하고 향미의 강도도 짙어진다. 그렇다면 커피가 맛있다는 생각이 들도록, 모든 향미가 조화를 이루는 온도는 몇 도일까? 물론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겠지만 1950년대에 얼 록하트 박사가 방대한 조사를 진행한 결과 대다수의 사람들이 좋아하는 커피를 만들 수 있는 최적의 온도는 90-96도라고 한다.
커피 분쇄도
눈앞에 케이크가 놓여 있다. 케이크의 정중앙 부분을 먹고 싶은데 사용할 수 있는 도구가 포크 밖에 없다면, 자르지 않은 케이크와 8등분한 케이크 중 어떤 쪽이 정중앙 부분을 먹기 쉬울까? 당연히 후자이다. 각 조각의 부피에 비례하는 표면적이 케이크 전체의 부피에 비례하는 표면적보다 훨씬 크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조각 케이크는 전체 케이크에 비해 표면에서 중심까지의 거리가 더 짧아진다. 커피 입자도 마찬가지다. 커피콩은 표면적 대 부피의 비율이 커피 가루보다 훨씬 작다. 그러므로 분쇄한 커피 가루가 표면에서 중심까지 도달하기 더 쉽다. 이제 앞선 예에서 사용했던 포크를 물로 바꾸어보자. 그러면 커피콩을 갈아야 하는 이유가 명확해진다. 요컨대 입자의 크기가 더 작을수록 더 많은 용질이 모체에서 추출된다. 커피를 추출하는 목적이 맛있는 커피를 얻는 것이라면 커피를 추출하는 사람은 누구나 커피 가루에서 용질을 균일하게 추출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즉 가루의 크기가 같아야 한다는 말이다. 그렇지 않으면 작은 가루보다 큰 가루에서 더 적은 용질이 추출될 것이다. 또 가루는 모양이 똑같아야 한다. 모양이 다른 가루들은 물 분자와 다르게 상호작용하기 때문에 추출하는 동안 각각의 가루에서 나오는 용질의 양에 차이가 생기게 된다. 커피 분쇄도를 똑같이 만들기란 쉽지 않다. 분쇄도는 다른 요인들과도 적절히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다른 모든 조건들이 동일할 때 커피 분쇄도가 최종적으로 맛에 영향을 미친다. 일반적으로 곱게 분쇄하면 산도가 낮아지고 신맛은 증가, 쓴맛과 보디감이 강해진다.
결론
커피 맛에 영향을 끼치는 요소에 대해 알아보았다. 커피추출은 마치 화학실험과 같아서 예측 못한 부분들에 영향을 주기도 하기에 알면 알수록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적절한 물과 온도 분쇄도에 대해 알았으니 커피맛을 개선시키는 데 상당한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한다. 다음 포스팅에서 커피 맛에 영향을 미치는 다른 요소들에 대해서도 알아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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