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공화국으로 불릴 정도로 한국인들의 커피사랑은 남다르다. 커피 시장규모가 미국, 중국 다음으로 전 세계 3위인데, 인구수가 현저히 적은 것을 생각하면 엄청난 규모이다. 이러한 커피에 대한 사랑이 어디서 시작되었는지, 그 역사를 살펴보려고 한다. 한국에 커피가 소개된 태동부터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 그리고 현재는 어떤 규모로 성장했는지 살펴 보고자 한다.
한국 커피의 태동
커피에 대한 최초 기록은 1895년 미국 유학생이었던 유길준에 의해 기록된 '서유견문'에 나와있다. 거기에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숭늉을 마시듯이 서양사람들은 커피를 마신다고 소개되어있다. 커피는 가배라고 불렸으며 쓰디쓴 맛 때문에 서양에서 온 탕국이라는 뜻의 양탕국으로 불리기도 했다. 우리나라에 커피가 처음으로 소개된 때는 1890년으로 추정된다. 전파 경로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고종황제가 아관파천당했을 1896년 당시 러시아 공사관에 머물 때 처음 커피를 마셨다고 전해진다. 그때 러시아 공사였던 베베르가 고종황제에게 커피를 소개했다고 한다. 고종황제는 한국으로 돌아와서도 커피 맛을 잊지 못해 종종 끓여 마셨을 만큼 커피를 무척 사랑하였다. 그러나 그렇게 좋아하던 커피 때문에 죽을 뻔한 일도 있었는데, 러시아 통역관이었던 김홍륙이 고종황제의 커피에 다량의 아편을 타서 마시게 하려 했던 것이다. 다행히 고종은 평소 즐기던 커피 맛과 달라 금방 뱉어 버렸기에 무사할 수 있었지만 한 모금 마셨던 순종은 평생 후유증에 시달려 병약하게 지내게 되었다.
커피는 왕실로 부터 시작해 고급관료를 거쳐 양반들에게로 전해졌으나 일반 평민들은 접하기 어려운 음료였다. 그러다 우리나라 최초의 커피숍이 생기게 되는데, 독일계 러시아 여성이었던 손탁이 고종으로부터 하사 받은 건물을 헐고 현대식 건물인 손탁호텔을 지었고 그 건물 1층에 '정동구락부'라는 커피숍을 차리게 된다.
한국 커피의 발전
일제강점기에 일본식 다방들이 점차 생기게 되는데, 서양과 마찬가지로 문화, 예술, 철학의 중심 역할을 하는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하게 된다. 1927년에는 카카듀 다방이 처음으로 문을 열게 되는데 이 때 영화인이나 문학인들이 직정 경영을 하기도 하였다. 대표적으로 시인 '이상'이 있다. 그러나 이상은 경영에는 큰 관심이 없었기에 오래지 않아 문을 닫고 만다.
1930년대에는 문화공간으로써 역할을 했던 '프라타스' 음악 감상실이었던 '에리사', 예술인들이 많이 모였던 '노아노아' 등이 유명했다. 해방이 되면서 다방은 명동으로 그 중심이 옮겨지게 된다. 그러면서 서울 시내 곳곳에 본격적으로 들어서기 시작해 일반인들도 커피를 접하기가 더 쉬워졌다.
그러다가 한국전쟁 때 미군을 통해 들어온 인스턴트커피는 우리나라의 커피문화를 바꾸는 계기가 되어 오늘날까지도 인기를 유지하고 있다. 60년대는 다방문화의 전성기였다. 맥스웰하우스라는 인스턴트 커피가 만들어졌고, 그 자체가 고유명사처럼 되어버린 프리마가 생기면서 다방커피가 생겨났다. 다방과 레지가 등장하였고, 다방은 만남의 장고, 데이트 장소, 문화와 예술인들의 모임 장소가 되어갔다.
1978년에는 커피 역사에 혁신이라 할 수 있는 커피자판기가 발명되었다. 사람들이 훨씬 싼 값에 다방에 가지 않아도 커피를 즐길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면서 1908년대 초에 동서식품에서 맥심을 출시했다. 마케팅전략도 잘 세워서 대 성공을 거두었는데, 맥심커피 2스푼, 프리마 2스푼, 설탕 3스푼을 넣고 뜨거운 물만 넣으면 황금비율의 완벽한 커피가 된다고 광고한 것이다. 이 광고는 대 히트를 치게 된다. 다방에서는 원두커피가 사라지고 그 자리에 인스턴트커피가 들어섰다. 덕분에 주방장이 사라지게 되었고, 일당이 싼 아줌마들로 기존 주방장을 대신하였다. '커피믹스'도 우리나라에서 처음 개발되었다.
한국 커피의 현재
다방커피도 유행이었지만 그래도 원두커피에 대한 기호도 있었기에 원두 수입량은 점차 늘어나고 있었다. 그런데 1997년 IMF사태 이후 원두커피 수입이 줄어들자 생두를 들여와 직접 로스팅하는 작은 회사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본격적으로 국내 생산이 시작된 것이다. 그러다 1999년 이화여대 앞에 스타벅스 1호점이 생기면서 커피 문화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된다. 좋은 품질의 커피와 테이크아웃, 셀프서비스라는 새로운 문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스타벅스를 시작으로 커피를 맛있게 즐기고 싶어 하는 수요가 증가하였고 계속적으로 발전해가고 있다. 2000년대에 들어서는 대학교 교육원에 커피전문가 과정이 개설되었다. 전문대학교와 전문고등학교에서 바리스타 과정이 생겼다. 그러면서 바리스타 전문 자격증도 생기게 되었다.
결론
고종황제로 부터 시작된 커피문화는 왕가에서 즐기다가 점차 양반 평민에게로 전해져 오늘날 한국인 전부가 즐기는 음료로 발전하게 되었다. 쌉싸름한 맛과 향긋한 향미가 있는 원두커피에서 인스턴트커피의 발명은 일대 혁명과 같았고, 음식점 곳곳에 믹스커피 자판기가 설치되어 있을 만큼 밥 먹고 커피 한 잔 마시는 것은 국룰처럼 되었다. 한국인들은 인스턴트커피부터 고급진 원두커피까지 다양한 세대에서 다양한 기호를 가지고 커피를 즐기고 있다. 그에 맞게 전문 바리스타 과정도 발전되어 오고 있는데 사람들의 다양한 기호를 반영하여 풍성한 커피문화를 꽃피워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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